한국인의 풍성한 삶에서 퍼온 여행기

사회
s.khaliunaa@montsame.gov.mn
2025-12-10 13:02:41

울란바토르, 2025년 12월 2일 /몬차메/. 


대한민국 여행 일기 


1일차. 몽골이 체제 개혁을 단행한 해, 1990년 3월 16일 몽골이 대한민국에 수교 의사를 전하자, 한국은 다음 날 바로 답신을 보내왔다. 수교 제의에 동의하는 답변이었고, 단 열흘 뒤인 3월 26일 두 나라는 정식으로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이듬해, 몽골의 초대 대통령 오치르바트 등이 이끄는 대표단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런 과거의 사실은, 알기 전과 안 후가 참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로부터 약 35년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이 듣고, 또 보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 업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몽골의 국가정보통신사 몬차메와 한국의 연합뉴스는 1990년 11월 5일 처음 수교 이후 정보·뉴스 교류 협약을 맺었고, 이후 여러 해 동안 직원들을 서로 교환하며 협력해 왔다. 그리고 올해 나와 나의 동료 2명이 같이 방문하게 되었다. 


먹물이 스며든 종이 같은 “인천”.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울란바토르에서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에 3시간 뒤에 도착했다. 자세히 보니 인천국제공항은 마치 먹물이 스며든 종이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이 오가는데도 깔끔히 아주 정리된 모습이었다. 


세관과 출입국 절차를 통과하고 나니 가이드와 기사가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친구였던 듯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가이드와 기사의 이름은 고준기와 전성호였다. 그렇게 우리는 한 팀이 되었다.


도시의 편안함. 공항을 나서자마자 느껴진 따뜻한 햇살, 고요한 거리, 가을의 적당한 온기... 숲 속에서 햇살을 맞고 있는 듯한 조용하고 정겨운 인상이 나를 감싸 안았다. 공기도 맑았다. 길가 벤치에 앉아 한참을 쉬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친구 한 명에게 가장 예쁜 사진을 골라 엽서를 보내고 싶었다. 편지에는 “잘 도착했고, 여기 와서 정말 좋다”는 기분과 설렘을 담고 싶었다. 또 가까운 커피숍에 들러, 차가운 손을 따뜻한 잔에 대듯이 어딘가 모를 ‘따뜻한 포옹’처럼 이 나라가 나를 반겨주는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서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치 우리 고향에 있는 셀렝게의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풍성한 점심상을 나누고, 어느새 호텔 앞에 도착해 있었다.


큰 포부. 이번 출장의 핵심 목적은 한국의 대표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방문해 경험을 나누고 배움을 얻는 것이었다. 도착한 그날 바로 연합뉴스를 찾았다. 콘텐츠비즈니스국의 박성재 부장과 대외협력국의 황성익 부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박성재 부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뉴스 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숨김없이 밝혔다.



2일차. 아침과 저녁은 선선했고 낮은 포근한 날씨 덕분에 이동하기가 한층 수월했다. 몽골 사람에게 딱 맞는 날씨였다.


서울은 인구가 천만을 넘지만, 길거리 어디를 가든 북적이지 않았고, 경적 소리도 거의 없었으며, 쓰레기도 보이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잘 관리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강남을 제외한 관광명소들도 이른 관광 시즌이 지나 사람들이 드물었다.


가이드의 안내로 우리는 남산서울타워에 올랐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다다르자마자 가이드는 망설임 없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Ulaanbaatar, Mongolia. 1 987.69 km”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순간, 고향에서 이만큼 멀리 왔다는 실감이 확 들었다.


가이드는 마치 그 의미를 함께 나누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마치 물 안개 뒤에 펼쳐진 푸른 도시같았다. 한강, 다리들, 하늘을 찌르는 롯데월드타워, 울창한 숲과 고층 빌딩, 옛 건물들, 도로와 가을 단풍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남산 서울타워의 긴 그림자가 도시 위에 드리워진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이후 우리는 창덕궁을 방문했다.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과 삼각대를 세워 콘텐츠를 찍는 청년들 사이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또 다른 면을 목격했다. 그렇게 둘째 날 일정을 마쳤다.


3일차. 우리는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산 정상에서 본 경치는 가족 단위 소풍 온 이들의 웃음과 어우러져 더욱 평화로웠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거대한 불상을 발견했다. 그 웅장함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아, 우리는 내려가서 가까이에서 불상을 둘러보았다. 자연 속의 경이와 종교적 상징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속초 여행. 이후 속초로 이동했다. 우리는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저녁 만찬은 꼭 해산물로 하기로 했다. 속초의 식당들은 바닷가의 싱싱한 해산물을 보여주는 커다란 수조를 갖추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마치 은퇴한 듯한 여성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부지런히 놀란 속도를 내며 일하고 있었다. 주문을 넣자마자, 맑은 국과 각종 반찬, 그리고 마지막에 큰 접시에 담긴 주황빛 대게가 나타났다. 그날 저녁 식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역사는 이어진다.  몽골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국민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역사 기록에는 이미 995년 거란과 고려 간의 교류가 시작되었고, 1219년 칭기스 칸 시절에도 두 나라는 교류했다고 전해진다.


사회주의 체제 70년의 시절도 지나, 양국 간의 긴밀한 교류는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몽골의 후렐수흐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한다고 선언했다. 양 정상은 협력과 교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간의 우정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런 흐름 속에서, 몬차메와 연합뉴스의 지속적인 협력은 몽골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몬차메는 한국어 편집국 신설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2025년 11월 28일 몬차메 총재 엔흐-오르시흐와 대한민국 대사 최진원이 상호이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는 양국 언론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연 사건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점점 더 몽골과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자본시장 개방 이후의 역사를 보면, 이처럼 서로 가까운 두 나라는 드물 것이다. 그동안 몽골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한국인이 몽골을 찾는 일이 늘고 있다. 믿음을 준 친구가 있다는 것,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울란바토르-서울-속초-서울-울란바토르 
2025년 11월 17-20일
사진: 뭉흐어드(G.Munkh-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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